<공모전_우수상> 님을 위한 행진곡과 나_김다솔
[백기완 선생 5주기 맞이 '님을 위한 행진곡과 나' 사연 공모_우수상]
고 백기완 선생 5주기 및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2026년 4월 30일)을 맞아 '백기완노나메기재단'과 <오마이뉴스>가 진행한 '님을 위한 행진곡과 나' 사연 공모에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습니다. 참가한 분들께 감사드리마,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3편을 공개합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2019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자 복직과 명예회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등을 요구하며 50일째 단식과 4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용희 삼성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 접한 건 작년인 고등학교 2학년 한국사 시간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이 곡을 아느냐고 물으셨을 때, 교실에는 정적만 흘렀다.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치만 보는 모습은 우리가 이 곡을 모른다는 사실을 전달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직접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며 노래를 불러주셨고, 재차 아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셨다. 사실 첫 구절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아는 곡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애매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이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그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라는 부분을 듣는 순간, 이 곡이 내 기억 속에 분명히 존재함을 깨달았다. 다만 이 노래를 어디서 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노래를 모르는 것을 보고 곡의 배경을 설명해 주셨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을 운영하던 박기순 열사의 이야기였다. 본래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으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열린 영혼 결혼식에서 불린 노래가 바로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내용이었다.
수업을 계기로 이 곡에 대해 더 깊이 조사해 보았는데, 가사가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백기완 선생은 한국사 시간에 통일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로 배웠던 분이었다. 장준하, 함석헌 선생과 함께 개헌 청원 100만인 서명 운동을 이끄셨던 이력도 기억났다.
독재 정권에 맞서 고문을 당하며 지은 시가 노래가 되고, 그것이 5.18을 거쳐 한국 민주주의의 공식적인 곡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미얀마나 홍콩에서도 이 곡을 번안해 부르며 민주화를 부르짖는다는 사실을 보며, 이 곡이 국경을 넘어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통일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문득 내가 이 곡을 어디서 들어봤는지 되짚어보았다. 돌이켜보면 2014년 초등학생 때 겪은 세월호 참사와 2016년 참여했던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의 기억이 있었다. 당시 서면에서 열린 집회에 가며 처음으로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 윤석열 탄핵 집회까지 이어졌다.
집회 현장에서는 항상 많은 노래를 틀어주는데, 내가 이 곡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도 아마 그 현장들 덕분이었던 것 같다. 조사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 5.18 추모식에서 보수 대통령 최초로 이 곡을 제창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이 기사를 접했을 때는 이미 그가 내란을 일으키고 탄핵을 당한 후였다. 기사를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민주화를 위해 고문과 수감을 견디며 지은 시가 노래가 되어 민주주의를 대표하게 되었는데, 정작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한 장본인이 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지독한 모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에게 민주주의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며 하고자 하는 말을 할 수 있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체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체제가 정착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나는 앞으로 북한과 통일에 대해 연구하며 백기완, 김규식, 여운형 선생처럼 통일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반도가 진정으로 평화로운 국가가 되어, 더 이상 투쟁의 수단이 아닌 민주화의 위대함을 기억하는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질 날을 진심으로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