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다시 광장으로, 4월 30일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추모를 넘어, 다시 광장으로”… 4월 30일 백기완 5주기 ‘문화예술 한바탕’
노동절 전야제 복원·민중문화 재구성 선언… “자본주의 너머 노나메기 세상으로”
27일 서울 종로구 백기완마당집에서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준비위원회
백기완 선생 5주기를 맞아 ‘추모’를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려는 문화예술 행사가 첫 발을 뗀다. 노동절 전야제의 복원과 민중문화예술의 재구성을 결합한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이 오는 4월 30일 오후 6시 40분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음악·시·춤·연극·영상·미술이 결합된 참여형 예술제로, 사회는 배우 권해효가 맡는다. ‘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추진위원회’는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차별과 배제 속에 놓인 이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 실천의 시작”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백기완마당집에서 열린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기자간담회에서는 행사 취지와 방향,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예술이 시대의 길을 내야 한다”며 노동·민중·청년이 함께하는 ‘광장의 문화’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모를 넘어 삶과 뜻을 잇는 문화로”
이종회 백기완재단 이사는 이번 행사의 출발점을 “형식적 추모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추모음악제를 기획했지만, 매년 반복되는 형식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고민이 있었다”며 “추모란 결국 그 사람이 살아온 삶과 뜻을 함께 이어가겠다는 표현이기에 ‘문화예술 한바탕’이라는 형식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백기완 선생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을 독특하게 표현해온 분으로 이를 ‘민중미학’이라고 볼 수 있다”며 “1970~80년대 민중문화 흐름 속에서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했던 전통을 오늘에 이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는 과거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차별과 배제 속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문화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며 “아직 준비는 부족하지만 시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연구가 김창남 전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백기완 선생 5주기를 기리는 동시에 노동절 전야제의 의미를 함께 갖는 자리”라며 “특히 올해는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첫 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그는 “1970~9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집단적 문화행동이 있었다”며 “그 중심에서 백기완 선생의 연설은 하나의 예술이자 퍼포먼스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행사는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적 실천을 고민하는 자리”라며 “민중예술이라는 개념 역시 확장되고 갱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술이 앞장서 길을 낸다”…민중문화 재구성
김준기 전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미술 영역에서의 확장을 강조했다. 그는 “백기완 선생의 글뿐 아니라 ‘말’ 자체가 예술이며 아카이브로 남길 가치가 있다”며 “재단 공간은 도서관·아카이브·뮤지엄 기능을 결합한 ‘라키비움’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영상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미술 자산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전시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민중미술은 낡은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중요한 예술이고, 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에 예술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 명필름 대표는 “이번 문화예술 행사는 오랜 논의 끝에 시작된 것”이라며 “앞으로 10년간 노동절 전야제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화예술이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매년 평가와 발전을 거쳐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제1회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포스터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 준비위원회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절 전야제는 1989년부터 시작돼 전국 노동자들이 모여 다양한 의제를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였지만 2000년대 이후 약화됐다”며 “이번 행사는 전야제를 복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야제는 비정규직 문제 등 본대회에서 다 담지 못하는 의제를 다루는 공간이었다”며 “백기완 선생의 정신과 노동운동을 결합해 평등 사회를 향한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고 밝혔다.
“20년 만의 큰 문화판”… 청년까지 잇는 ‘한바탕’
이사라 공연기획자는 이번 행사를 “사실상 20년 만에 여러 장르가 결집하는 큰 문화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민중문화는 소규모로 이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백기완 선생의 이름으로 이를 하나로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는 3부로 구성된다”며 “1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흐름을 잇는 무대, 2부는 노동자·이주민 등과 예술이 결합된 무대, 3부는 세대 계승 무대”라고 설명했다.
박민희 공연기획자는 “백기완 선생은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예술가였다”며 “핵심은 우리말, 저항 정신, ‘노나메기’ 정신”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청년 세대는 이러한 가치와의 접점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명 이상의 출연자가 참여하고 다양한 합동·창작 공연이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백기완 문화예술 한바탕’은 노동자와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광장의 문화’를 지향한다. 주최 측은 “자본과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예술의 역할을 되새기고, 노나메기 세상을 향한 공동의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