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매일노동뉴스> 5주기_예술은 사람의 꿈을 빚는 것이라 하셨지요?(신학철)

[백기완 선생 5주기 ②] 예술은 사람의 꿈을 빚는 것이라 하셨지요?

신학철2026. 2. 5. 07:35

▲ 신학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이사장

▲ 신학철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이사장

민중미학을 말씀하시던 백기완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어언 다섯 해에 이르렀다. 선생께서는 거의 죽음에 이르는 고문까지 겪으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노동자 민중의 해방, 한반도의 통일을 위하여 평생을 투신하셨건만, 선생이 떠나신 뒤 변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세력들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반동으로 회귀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분연히 군인에게 맞서고 한겨울에도 밤을 새워 응원봉을 밝히는 시민들이 있어서 막아내기는 하였지만, 광장에서 목이 쉬도록 외치던 사회대개혁은 아직도 요원하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욱 악화되었다.

2015년 박근혜 국정교과서 추진 규탄집회에서 부축담당 신학철 선생. 채원희

2015년 박근혜 국정교과서 추진 규탄집회에서 부축담당 신학철 선생. 채원희

응원봉의 힘으로 들어선 새 정부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광장을 외면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번 광장을 연 시민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여 외친 것이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및 플랫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였는데도 차별금지법은 아직 국회에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013년 민주노총 침탈에 맞선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 채원희

2013년 민주노총 침탈에 맞선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 채원희

양대 보수정당 지지자들만이 아닌 사회적으로 다양한 목소리,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려면 독자적 진보정당이 한두 석 의석 확보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 원내 교섭단체 수준은 되어야 하지만, 현실 정치는 보수 양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지지자들을 진영논리로 세뇌시켜 갈수록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앞장서 부추기고만 있다.

2017년 손장섭전시회에서 그림꾼들과 함께. 채원희

2017년 손장섭전시회에서 그림꾼들과 함께. 채원희

정부는 인공지능 강국을 외치며 장밋빛 환상을 퍼트리고 있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볼 서민들은 내팽개친 채 실제로는 재벌 퍼주기를 하고 있다. 상위 10%가 소득의 절반과 자산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불평등이 하늘을 찔러도 오히려 부자들의 자산을 키우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자 민중의 피땀 어린 투쟁 끝에 부족하나마 노란봉투법이 통과돼 고통이 좀 줄어들려나 했더니, 시행령으로 다시 이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나아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지만, 지난 정권이 망가트린 것을 넘어서서 북쪽이 응할 만한 제안은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정세는 더욱 암울하다. 불평등은 심해지고 기후재앙으로 파국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패권이 무너지자 그 틈바구니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전쟁이 벌어지는데, 트럼프는 시계를 힘에 의존한 제국주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공론의 장은 무너지고 세계 곳곳에서 극우 파시즘이 위세를 떨고 있지만, 진보 양심세력의 힘은 상대적으로 무력하기만 하다.

2016년 이소선어머니 5주기 추모전시에서. 채원희

2016년 이소선어머니 5주기 추모전시에서. 채원희

우리는 이제 이 시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해야만 한다. 뿌리로 내려가면 모든 파국의 원인은 독점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 이 체제는 인간의 경쟁심과 이기심을 조장하고 돈을 더 섬기게 하며 각자도생하도록 만든다.

백기완 정신의 핵심은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를 넘어 너도나도 함께 일하고 더불어 나누며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전하고 계승하고자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선생의 모든 글과 영상, 행적을 정리하는 한편 기존의 통일문제연구소를 백기완기념관으로 탈바꿈하였다. 재단은 기존의 장벽을 깨고 체제전환,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노동자 민중과 연대하는 사회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제 5주기를 맞아 예술제를 비롯한 여러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5월 학고재 전시회 가면서 활짝 웃는 두 사람. 채원희

2017년 5월 학고재 전시회 가면서 활짝 웃는 두 사람. 채원희

이런 노력들이 매개가 되어 예서제서 버선발들이, 불쌈꾼이, 젊은 백기완이 나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백 선생님은 "사람의 꿈을 빚어내는 것이 참짜 예술"이라 했다. 더 늦기 전에 두 눈 부릅뜨고 노나메기 세상을 향하여 담대하게 한발떼기를 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빛의 항쟁을 빛의 혁명으로 완수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2012년 주재환전시회 가는 길. 채원희

2012년 주재환전시회 가는 길. 채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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