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5주기_ 왜 지금, 백기완이 더 그리운가(정남준)
[사진] 왜 지금, 백기완이 더 그리운가
정남준2026. 1. 27. 15:02
백기완 선생 5주기, 2026년의 거리에서 다시 묻는 '노나메기'의 의미
[정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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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거리에서 마주한 대치의 풍경. 백기완 선생이 평생 서 있었던 ‘권력과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상징하는 순간(2014. 12. 광화문 광장). ⓒ 정남준
2021년 2월 15일, 백기완 선생이 떠난 뒤 다섯 해가 흘렀다. 시간은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부재는 옅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2026년의 한국 사회는 그를 더 자주 떠올리게 만든다. 거리의 온도는 차가워졌고, 말들은 가벼워졌으며, 분노는 쌓이되 연대는 쉽게 부서진다. 이런 시대일수록, 백기완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백기완 선생은 몸으로 싸운 운동가였지만, 동시에 말로 시대를 흔든 사람이었다. 그는 늘 쉬운 말을 거부했다. 대신 민중의 말들을 끌어올렸다. '노나메기'라는 단어에 담긴 것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공동체 질서였다. 경쟁이 미덕이 되고, 생존이 개인 책임으로 환원된 오늘의 사회에서 그 말은 더욱 낯설고,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2026년의 풍경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노동은 더 불안정해졌고, 경제는 성장했다지만 삶은 더 불안해졌다. 광장은 여전히 열리지만, 분열의 언어가 연대를 잠식한다. 백기완 선생이 평생 지켜낸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자"는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요구였다. 그는 늘 약자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가장 급진적인 태도다.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깨닫는다. 백기완 선생의 현장은 언제나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구호보다 표정이 먼저였고, 이념보다 몸이 앞섰다. 강연장에서는 언어로 싸웠고, 거리에서는 발로 버텼다. 그가 남긴 것은 영웅의 이미지가 아니라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한 인간의 자세였다.
대표사진 속 장면 역시 그런 순간 중 하나다. 차가운 겨울 바닥에 엎드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대열, 굳게 선 경찰들, 그리고 그 앞에서 허리를 숙여 눈물을 흘리는 백기완 선생의 모습. 이 장면은 특정 사건을 넘어 이 사회가 반복해 온 대치의 구조를 상징한다. 힘의 질서 앞에 서 있는 인간의 연약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저항의 몸짓. 백기완 선생은 늘 그 경계선 위에 서 있었다.
왜 우리는 지금 더 그를 그리워하는가. 아마도 지금이 더 각자도생의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체의 언어가 사라지고, 정치가 혐오와 계산으로만 작동할 때 백기완 선생이 남긴 느린 말들, '연대, 존엄, 나눔'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그는 미래를 예언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방향을 끝없이 가리킨 사람이었다.
오는 2월 7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5주기 추도식은 단순한 기억의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질문의 자리다. 우리는 지금도 노나메기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 약자의 편에 설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백기완 선생을 추모한다는 것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보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진으로 그를 부른다.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현재를 흔드는 도구다. 이 일곱 장의 흑백사진이 누군가에게 작은 멈춤이 되고, 다시 질문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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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묻고 있다(2014. 1.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에서).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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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묻고 있다(2015. 2. 광화문 광장에서).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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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묻고 있다(2015. 12. 광화문 광장에서).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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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묻고 있다(2015. 12. 청계천 광장에서).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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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묻고 있다(2018. 11. 광화문 광장에서).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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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을 묻고 있다(2016. 3.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비주류사진관 초청 강연 모습). ⓒ 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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